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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가는 숨]-지친 숨 끝에서, 다시 숨을 고른다.

빵순이의 숨 고르기

4월 말에서 5월 초, 중고등학생의 시험기간이 있다.
아이들 격려차원으로 간식빵을 사주려고 오랜만에 빵집에 갔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그렇게 자주 가던 빵집이었는데,
몇 달 만에 빵집에 가는 건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한 배에서 나왔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빵은 희한하게도 제각각이다.
크림을 엄청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크림을 싫어하는 아이도 있다.
치즈를 좋아하는 아이도 있지만, 치즈를 싫어하는 아이도 있다.
그렇게 아이들이 제각각 좋아하는 빵을 고르면서
내가 좋아하는 빵도 슬쩍 골라본다.

좋아하는 빵을 살짝 골라본다.


나는 사실 빵순이다.
빵순이라는 말은 아마도 빵을 좋아하는 여자들이 많아서 생긴 것이겠지?
그런데 “빵순이”라는 말은 참 희한하다.
그저 빵순이라는 공통점만으로도 엄청난 연대감을 만들어낸다.

빵순이들은 빵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단지 빵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빵을 먹을 때, 숨을 고를 수 있는 느낌을 좋아한다.
달달한 빵을 먹으면서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보고 쉴 수 있는 그런 디저트 타임 말이다.

빵순이들의 빵은 스피드 전이 아니라 슬로우 전이다.

 
 
 

빵순이의 빵은 슬로우 전이다.


오늘 내가 사는 빵은 빵순이들의 그런 빵은 아니지만
공부하는 바쁜 아이들의 하루에,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오늘 하루도 지쳤다면
잠시 멈춰서 빵순이의 빵을 먹으며

지친 숨 끝에서, 다시 숨을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