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면
큰 고비가 찾아온다.
바로, 옷 정리.
더워지기 시작하면 왜 이렇게 갑자기 더워지는지,
기다릴 틈도 없이
우리 집 옷장의 계절도 서둘러 바꿔야 한다.
예전엔 아이들 옷장 정리가 정말 큰일이었다.
세 아이 모두,
어떤 옷이 작아졌는지,
동생에게 줄 수 있는 옷은 무엇이고,
물려줄 수 있다면 지금 맞는 건지, 조금 더 뒀다 입혀야 하는 건지.
낡아서 못 입는 옷인지,
이제 맞는 사람이 없어 못 입는 옷인지.
옷장의 계절을 바꾸는 일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마음도 오래 묶이게 했다.
한동안은 아이들이 무섭게 자라
막내가 입을 옷만 산더미처럼 쟁여둬야 했다.
그래도 어느새,
아이들이 무섭게 자라 어른만 한 덩치가 되니,
옷 정리에 드는 시간도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사이즈별로 일일이 챙겨야 하는 수고가 덜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끔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이들 옷을 정리하며 허덕이던
그때가 괜스레 그리워진다.
작아진 옷을 보며 아쉬워하고,
훌쩍 커진 아이들의 옷을 넣으며 흐뭇했던,
그 시간은 힘들지만, 소중한 기억이 되었다.
아이들이 자란 만큼
옷 정리에 쏟던 시간은 줄었지만,
오늘 다시 옷 정리를 하면서
조심스레 힘들었던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려 본다.
옷장의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도 모르게, 힘들지만 뭉클한 마음도 든다.
오늘 옷 정리를 끝내며
하루를 보내고,
“지친 숨 끝에서, 다시 숨을 고른다.”
'[쉬어가는 숨]-지친 숨 끝에서, 다시 숨을 고른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머쓱한 인사 (0) | 2025.04.17 |
---|---|
빵순이의 숨 고르기 (2) | 2025.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