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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숨]-오늘의 숨을 기록한다.

곱슬머리

내 머리는 곱슬머리이다.

 

 

곱슬머리는 예전부터

나에게 엄청 큰 스트레스이자, 오래된 콤플렉스였다.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늘 나를 부스스하게 만드는 머리.

 

그래서 지금까지도

머리를 피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 지독한 곱슬머리.

나 하나로 끝나면 좋으련만,

대를 이어

아이들까지 괴롭히는 중이다.

 

언제 또 머리를 하러 가야하나,

고민하던 요즘이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머리를 그냥, 잘 관리해 보면 어떨까?’

 

인터넷을 살펴보니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다가

곱슬머리를 예쁘게 기르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예쁜 곱슬머리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그래도 그렇게 콤플렉스를 품고 살아가는 모습이

어쩐지, 신기하고 멋졌다.

 

싫어하던 것을 공들여 가꿔가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그래서 나도 곱슬머리를 잘 돌봐주기로 마음먹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조금씩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쩌면 언젠가는,

내가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장점이 될지도 모르니까.

 

오랫동안 나를 괴롭혀왔던 이 곱슬머리가

어느 날엔가,

내가 사랑하는 머리가 되기를.

 

사실 누구나

자기 안에 하나쯤은

곱슬머리 같은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간다.

 

그게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기를.

언젠가는 내가 제일 싫어하던 것이

나를 빛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의 숨을 기록한다.”